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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하지말자/단편소설

딸기잼을 사랑한 소년

by 쪽팔리게.. 2020. 3. 2.

얘들아, 내가 재밌는 얘기 해줄까?”

 

뭐야, 아저씨. 냄새나.”

 

더러워.”

 

엄마가 거지랑 놀지 말래.”

 

아저씨, 거지 아니야. 찾고 싶은 게 있어서 떠돌아다니는 거야.”

 

그게 거지지.”

 

맞아맞아.”

 

아오... 이것들을 때릴 수도 없고.’

 

아이들에게 말을 거는 거지, 아니 남자는 생각했다.

 

그래도 우린 착하니까 이야기 들어줄게.”

 

해봐. 얘기.”

 

크흠!! !!”

 

남자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 옛적에 딸기잼을 좋아하는 소년이 살았는데 소년은 딸기잼을 너무 좋아하여 모든 음식에 딸기잼을 넣어 먹었고 급기야 마시는 물에까지 딸기잼을 타 먹었어. 마을 사람들은 모두 소년을 걱정하기 시작했지.”

 

중독이네.”

 

!! 이야기 중간에 끼어드는 거 아니야.”

 

그렇게 남자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

*

 

 

토미!!!!! 엄마가 딸기잼 그만 먹으라 했지!!!!”

 

하지만 엄마, 딸기잼 없이는 음식을 못 먹겠는걸요.”

 

토미, 딸기잼을 많이 먹으면 당뇨에 걸릴지도 모른단다.”

 

당뇨에 걸리면 인슐린을 주사하면 돼요, 어머니.”

 

아 토미 닥쳐. 이과인 거 겁나 티내지 말고.”

 

토미의 친구 데이빗이다.

 

토미, 애초에 당뇨에 안 걸리면 되잖니. 왜 이렇게 멍청한 생각을 하니?”

 

멍청하다뇨? 저는 나름 최선의 결론을 내린 거라구요!”

 

안 되겠다, 토미. 너의 증상이 너무 심각해. 이제부터 딸기잼 금지령이다.”

 

말도 안돼요!!!!!!!!!!”

 

토미는 딸기잼을 너무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다른 어르신들이 장독대에 고추장과 간장, 된장을 담글 때, 토미는 딸기잼을 옹기에 담아 고이 묻어두었고, 항상 토미 가방에는 딸기잼이 년도 별로 있었다. 과거의 토미는 사치스럽게 딸기잼을 골라가며 먹었던 것이었다. 그랬던 토미인데, 딸기잼 금지령이라니!!!!!!

 

으아아아아악!!!!! 난 이제 망했어!!!!”

 

토미는 절규했다.

 

그러게 작작 먹었어야지.”

 

데이빗은 토미를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눈으로 쳐다봤다.

 

넌 지금 베스트프렌드가 죽게 생겼는데 그런 말이 나와?”

 

참내, 딸기잼 안 먹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난 죽을 수도 있어!!”

 

응아니야. 아오!! 그만하고 학교나 가자.”

 

....”

 

학교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토미가 잼 없이 등교를 했기 때문이다.

 

토미!!! 너 맨날 먹던 잼은 어디 있어?”

 

설마 오늘 안 들고 온 거야?”

 

잼이 없어??!! 잼이 없어!!!!!”

 

.. 무슨 아재들도 코 파다가 피식 웃고 갈 드립이냐. 출구는 저쪽이니까 빨리 나가라 진짜.”

 

그렇게 아이들은 딸기잼의 부재라는 소재로 한참을 떠들었다. 학교에 가장 핫이슈였다. 학교 신문에도 기재가 되었다.

 

토미, 딸기잼과의 이별??!!!!’

 

이게 뭐야!!!!”

 

토미가 신문을 보며 부들거렸다.

 

내가 언제 딸기잼과 이별을 했다는 거야!!!!! 이런 기레기 자식. 싹수가 아주 노래.”

 

그러다 토미는 결론을 내렸다.

 

모두가 반할만한 딸기잼을 만들어서 다 같이 딸기잼을 좋아하는 거야!!!’

 

토미는 벌써부터 마을 사람들과 딸기잼 왕국을 만들어 딸기잼 파티를 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토미는 자신이 직접 최고의 딸기잼을 만들겠다며 공부를 시작했다. 최상의 딸기를 구하기 위해 식물학과를 전공하였고, 딸기잼을 끓일 때 완벽한 비율을 맞추기 위해 화학과도 전공하였다. 그 외에 자연인을 만나 숯불 피우는 방법을 배웠고, 숯 장인과 함께 최상의 숯을 만들기도 하였다. 그렇게 등등의 활동들을 하고 나니 어느새 토미는 늙어있었고 나름 모든 조건들을 갖추었다.

 

 

*

*

 

나 들어봤어, 그 이야기.”

 

한 아이가 말했다.

 

딱 봐도 아저씨가 토미네.”

 

.....”

 

남자, 토미는 당황했다.

 

뭐 설마 막 아는 사람 얘기라면서 이럴 계획이었으면 실패했으니 돌아가.”

 

그래서 용건이 뭐야?”

 

설마 진부하게 오랜만에 마을에 와서 길을 모르겠다던가, 길을 못 찾겠다던가, 이런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눈치 빠르고 거침없이 얘기하는지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토미였다.

 

...그게...”

 

에휴, 알았어요, 아저씨. 따라오세요.”

 

그렇게 토미는 아이들을 따라 마을에 당도했다.

 

“.........토미...???!”

 

토미가 돌아왔어??”

 

토미가 돌아왔다!!!!”

 

빨리 마을 방송 켜!!”

 

토미 줌 인 해!!!”

 

카메라!! 조명!!!”

 

마을 사람들은 토미를 격하게 반겨주었고 토미 환영식을 시작하였다.

 

, 토미를 환영하는 환영식을 시작하겠습니다.”

 

토미 만세!!!”

 

얼떨결에 격한 환영을 받은 토미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 했으나 이내 포기해버렸다. 마을 사람들은 토미를 환영하면서 술을 마시며 축제를 벌였다. 술에 취한 토미는 말했다.

 

내가 말이여~ ?! 따아알기이 째애앰을 만든다고 고런 쌩 고생을 한 거 아니여~”

 

하이고, 이 미련한 놈아. 훔쳐서 먹지 그랬냐.”

 

그게 문제가 아니여. 딸기잼의 본질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새로운 초대박 날 잼을 만들기 위해 나름 연구한거여!! 누가 훔쳐먹어!!!”

 

그래서 연구는 성공한겨?”

 

당연하지이~ 내가 이 날만을 기다려 왔다고?!”

 

토미는 주섬주섬 도구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일명 숯불 딸기잼이라고 다들 한 번 먹으면 헤어나올 수 없을테다!!”

 

오오오오오오옷!!!!”

 

자연인에게 배운 불 피우는 법. 숯 향을 내는 법. 직접 벌에 쏘여가며 얻은 최상급 로열젤리! 식물학적으로 가장 최상의 상태인 딸기! 수년간 연구했던 화학적으로 최상의 비율! 마을 사람들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리하여 숯불 딸기잼이 완성되었다.

 

이것이 바로 취권인가..!”

 

내가 한 번 먹어보겠네.” 마을 이장이 말했다. 마을 이장은 모든 마을 사람들의 눈길을 받았고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숟가락을 집어 딸기잼을 한 숟갈 펐다. 꿀꺽.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군침이 삼켜지고 이장은 숟가락을 입에 넣었다.

 

 

아니 이 맛은...!!!!”

 

이장은 세상에서 가장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렇다. 이것은 좋다 못해 황홀했던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너도나도 토미의 잼을 먹었고 모두 뿅 갔다.

 

토미는 그 길로 회사를 세워 토미쓰 딸기잼 컴퍼니를 창립했고 토미쓰 숯불 딸기잼을 출시했다. 상품은 대히트를 쳤고 기대되는 올해의 CEO에 이름을 올렸을뿐더러 올해의 잼잼상을 받기도 하였다.

 

토미는 부자가 되었다.

 

그리고 토미가 한 주옥같은 말들은 길이길이 남게 되었다.

 

 

잘 만든 잼 하나 조무래기 백 잼보다 낫다

 

잼은 신성하고 소중한 영역이다. 잼을 대할 때 숭고한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숭고잼

 

노력하면 못 얻는 잼이 없다 노력만능잼

 

마지막으로 그냥 노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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