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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하지말자/단편소설

날파리들의 발악

by 쪽팔리게.. 2020. 2. 23.

예전부터 날파리들은 생각했다.

 

'우리도 날개가 있는데 왜 우린 벌레 취급이지?'

 

'우리도 조류야. 똑같이 날개가 있잖아.'

 

그래서 날파리들은 새들에게 말했다.

 

우리도 너희와 같아. 봐봐. 우리도 날개가 있다고.”

 

새들은 믿지 않았다.

 

어떻게 날개만 있다고 같은 조류라고 할 수 있어?”

 

날파리들은 새들의 부리를 부수고 깃털을 뽑으며 자기와 같다며 새들을 데리고 갔다.

 

이제 아무도 우리를 막을 수 없어!”

 

우리도 조류야!”

 

우리가 조류 아니라고 하는 새들 나와보라 그래!”

 

다 우리를 미워하고 시기해서 그러는 거야. 어쩌면 사상 자체가 글러먹었을 지도 모르지.”

 

날파리들은 부순 부리와 뽑은 깃털을 자신들의 몸에 부착하며 말했다.

 

새들이 자신들을 미워하고 피하자 더욱 보란 듯이 집회를 열었고 집회에 참여하지 못한 자들은 숨어서라도 만났다.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다. ‘표식이라는 것이 생겼는데 이 표식을 달고 있으면 죽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아무도 이 표식이 어떻게 해서 죽음으로 몰고 가는지는 모른다. 다만 한 가지 아는 것은 표식을 갖고 있는 자는 표식이 없는 자와 접촉을 하면 높은 확률로 표식을 옮긴다는 것이다.

 

해결방법도 없었다. 단지 접촉을 줄이는 수밖에. 이들은 이 표식을 악마의 소행으로 여기고 그렇게 불렀다.

 

모든 동물들은 이 표식을 조심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너 이거 표식 아니야?”

 

한 새가 한 날파리에게 물었다.

 

아니야. 내가 표식의 대상일 리가 없잖아.”

 

날파리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이는 재앙의 시작이었다.

 

날파리는 표식을 단 채로 세상을 돌아다녔고 이윽고 많은 곳에 표식을 전파시켜버렸다.

 

새들은 날파리들을 욕하기 시작했다.

 

대체 왜 민폐를 끼치는 거야.”

 

날파리들은 억울했다.

 

우리의 잘못만은 아니잖아. 우리가 표식을 만든 것도 아니고. 이건 모두 악마의 소행일 뿐이라고.”

 

어쩌면 악마들이 우리 날파리들을 괴롭히려고 이러는 걸지도 몰라.”

 

새들이 저러는 것도 악마의 소행일지도 몰라.”

 

우리는 잘못한 게 없어. 우리 너무 불쌍해.”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님을 알리자.”

 

설령 날파리들이 표식을 만든 것이 아니라고 할 지라도 날파리들이 표식을 달고 다님을 의식하지 않고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거나 새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간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날파리들은 부리와 깃털을 붙이고 새들이 있는 곳으로 나갔다.

 

결국 많은 새들도 표식을 얻었다.

 

날파리들이 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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