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터닝포인트가 된 사건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 사건이라고 하겠다. 어쩌면 ‘사건들’일지도 모르겠다.
때는 바야흐로 내가 22살 때의 일이다.
“오늘도 면접 보고 왔어.”
나는 면접을 끝나고 친구와 전화를 하며 걷고 있었다.
“이게 벌써 몇 번째 면접인지 모르겠어. 맨날 떨어지기만 하니까 이제 힘도 안 나,”
“언젠가는 붙겠지.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이 망할 세상!”
나는 지나가다가 돌멩이를 힘껏 걷어찼다. 하지만, 그 돌멩이는 날아가서 내 머리를 가격했고 나는 그대로 쓰러졌다.
“음?”
눈을 다시 떠보니 바닥이 보였다.
“뭐야?”
나는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다.
“나 죽은 건가?”
“돌멩이가 죽긴 뭘 죽어?”
누군가가 뒤에서 말했다. 근데 뭐라고? 돌멩이?
“제가 돌멩인가요?”
“아무리 돌멩이 돌대가리라고 해도 지가 돌멩인지도 모르는 돌대가리가 있네.”
내가 돌멩이가 된 건가? 그럼 나는 죽어서 돌멩이로 환생을 한 것인가?
“제가 언제부터 여기 있었죠?”
“몰라. 내가 돌멩이가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다 기억할 만큼 한가한 줄 알아? 이리 채이고 저리 채여서 항상 위치가 바뀌는 게 돌멩이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차였다.
“그아아아아아아앍!!!!!”
하늘을 나는 기분이 이렇구나. 번지점프를 한 번도 해보진 않았지만, 무슨 느낌일지 알 것 같았다.
그 뒤로 나는 몇 번이나 차였다. 그리고 한 100번째 차였을 때, 정말 조그마한 아이 하나가 나를 주워서 주머니에 쏘옥 넣었다.
“정말 예쁜 돌멩이야.”
아이는 정말 귀여웠다. 나를 소중하게 품고 가더니...
가더니...
한참을 걸어가더니...
그러더니...
그대로 물속에 던져버렸다.
“갸아아아아아아앍!!!! 아아ㅇ아아ㅇ아아아앍!!!! 아아앍!! 아앍!! 브웨에에에에에에에에에엙!!!!!”
정말이지,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느낌이었다. 순간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가 그대로 물에 부딪혔다. 심지어 그 아이는 얼마나 잘 던지는지 물수제비도 몇 번이나 띄웠다. 귀엽기는 개뿔, 정말 악마가 따로 없었다. 덕분에 아이 공포증이 생길 것 같다. 물론 이제 나는 물속에 처박혀서 아이를 볼 기회조차 없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평생 물속에서 살다가 죽겠구나. 아니, 돌멩이가 죽기도 하나? 그럼 난 평생 여기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야?”
눈물 흘리는 돌멩이를 아는가. 나는 울었다. 물론 진짜로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 나는 그러다가 잠들었다.
“돌멩이도 잠은 오는구나.”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이었다. 어디서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살짝 빛도 새어 나왔다. 자세히 들어보니 어떤 소리도 들린다.
“아이고, 재현아!!”
재현...? 내 이름인데...?
“이렇게 가믄 어떡하냐아아!!! 이 문디 자슥아아!!”
어머니...?
그렇다. 나는 관 안에 있던 것이었다. 나는 지금 나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저... 죄송한데... 저 아직 안 죽었는데...”
나는 소리를 내봤지만, 역시나 아무도 들을 수 없었다. 나는 할 수 없이 관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한순간 정말 정적이 흘렀고 다들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재현아?”
“네, 어머니.”
“내가 이제 헛것이 보이고 들리나 보다.”
나는 어머니의 손을 꽉 잡았다.
“어머니, 아들 아직 안 죽었습니다.”
그러고 나는 밖으로 나갔다. 조금 많이 오글거렸지만, 뭔가 할 말이 없었다. 더 말해봤자 이상한 사람만 될 것 같고. 아들이 돌멩이가 되었다가 다시 살아났다는 말도 웃기지 않은가.
나는 오판으로 사망판정을 받았다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만약 진실이 알려진다면 나는 연구소에 끌려가서 실험대상이 되거나 사이비 교주가 될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사이비 교주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남아있으니 사이비 교주는 아닌 것 같고 세상의 관심을 받는 것보다는 그냥 조용히 사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아무에게도 사실을 말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냥 사이비 교주 할걸.”
나는 또 면접을 봤다. 결과가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확실히 망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미 타이밍을 놓쳤어, 너는. 교주를 할 거면 세상에 알렸어야 해.”
내 비밀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친구다. 면접 끝나면 항상 전화하는 친구.
“엄청 후회 중이야.”
“그래서 질문이 뭐였는데?”
“조금 뻔하긴 했어. 나를 표현하고 싶은 사물.”
“그래서 뭐라고 답했는데?”
“돌멩이.”
“돌았냐. 그거 경험담 아니냐. 그냥 니 인생 그 자체.”
친구가 숨 넘어갈 듯이 웃으며 말했다.
“웃기냐. 그래도 이유는 나름 괜찮게 말했는데, 아, 모르겠어.”
“이유가 뭔데.”
“다들 돌대가리라고 욕해도, 이리 채이고 저리 채여도, 아무도 위치가 바뀌는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꿋꿋하게 자신의 일을 한다고.”
“나름 그럴싸 한데?”
“야, 잠깐만 나 문자 왔어.”
합격문자였다. 나는 펄쩍펄쩍 뛰면서 친구에게 자랑했다.
“어유, 축하한다. 짜식, 밥 한 끼 사라.”
“내가 너한테는 사지.”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아서 막 뛰어다녔다.
쾅-!
그러다가 전봇대에 부딪혔다.
‘아, 합격도 했는데 이렇게 죽는 건가...’
다시 눈을 떠보니 나는 전봇대가 되어 있었다.
“이런 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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